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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5.08.02 / 개설자 : admin |
| 백두산 관광이 미구에 실현될 모양이다. 국어사전에도 없는 언론 조어(造語)대로 ‘급물살’을 탈 기세다. 제대로만 되면 그 의의가 관광 차원을 훨씬 웃돌 것이다. ‘민족의 영산’이라는 의식없이 백두산을 생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긴 백두산도 금강산 관광의 연장이다. 뱃길과 육로의 6년 반 동안, ‘식후경’의 자랑스런 경지를 찾은 사람이 7월초에 이미 백만 명을 넘었다. 저마다 절절한 그리움으로 1만2천봉의 일정 부분을 눈에 담고 손으로 쓸었다. 금강산은 애초에 유람의 대상이었다. 중국인마저 조선 땅에 태어나 일견금강산(一見金剛山)을 소원했을 만큼 빼어난 풍광의 절창이어서, 사뿐히 내딛는 걸음걸음에 감회가 새로웠을 터이다. <남의 땅 돌아간 백두산, 목이 메다> 백두산은 다르다. 함부로 범접하기 어려운 곳에 높고 넓게 진좌하여 장엄하고 신령스럽다. ‘백두산 뻗어나려 반도 삼천리’ 노래를, 애나 어른이나 일찍부터 공연히 구가했겠는가. 고은의 장시 ‘백두산’의 서두에도 나와 있다. “장군봉 망천후 사이 억겁 광풍이여／그 누구도 다스리지 못하는 광풍이여／조선 만리 무궁한 자손이 이것이다”라고. 해서 분단의 비감을 몸으로 때우듯 남의 땅을 돌고 돌아 백두산 천지에 오른 사람마다 목이 메었다. 누가 시키지도 않은 애국가도 부르고 고개 숙여 통일을 묵념했다. 섬뜩하도록 시퍼런 천지에 손을 담갔다. 다가가지 못할 병사봉과 눈으로만 인사를 나누며, 남쪽 하늘을 망연히 바라볼 밖에 없었다. 막상 나는 그런 경험을 못했다. 옌벤 쪽으로 가긴 갔으나 계절이 일러 백두산 자락 자작나무숲에서 하룻밤을 보냈을 따름이다. 밤의 이도백하를 지나면서 들은 동포 마을의 개 짖는 소리와, 신새벽에 바라본 설봉(雪峰)으로 백두산 아닌 중국의 창바이산(長白山)을 겨우 스쳤을 뿐이다. <평양에서 비행기로 간 백두산, 눈에 삼삼> 대신 평양을 거쳐 갔다. 5년 전 가을, MBC가 이미자, 윤도현 밴드를 앞세워 백여 명의 각계 인사를 보낼 때 나도 덤으로 낀 것이다. 어물어물하다가 금강산도 안 간 형편에, 비행기로 왕복한 백두산 기억이 눈에 아직 삼삼하다. 평양을 떠난 비행기는 어린 시절 지리시간에 배운 개마고원 상공을 지나, 얼추 한 시간 만에 삼지연 비행장에 닿았다. 그리고 버스와 승용차로 가을의 원시림을 한없이 달린다. 산림한계선이 끝난 다음의 구릉지대는 차라리 황량하달까. 맨땅과 모래와 바위와 고사목 사이로 구불구불 올라가는 비포장길이 그런 느낌을 주거늘, 시야가 확 트인 만큼 가슴은 시원했다. 놀라운 것은 승용차가 멎으면서 내린 지점이 곧 정상이었다는 사실이다. 발에 흙 한번 묻히지 않고 눈 아래 천지를 굽어보다니! 준비해 간 감동이 무색한 순간이었다. 일행을 맞은, 앳된 인민군 여전사의 미소가 해맑았다. 수치로 따진 정상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올올한 장군봉이되, 천지를 에워싼 둘레의 높이는 거기서 거기다. 선로가 짧은, 직등(直登) 코스의 등산전차도 멀리 보였다. 등 뒤로 펼쳐진 산맥이며 들은 거의 중국령이다. 북한땅은 시야에 잘 잡히지 않았다. 숙종 때 청나라와 함께 세운 정계비가 떠오르고, 태초에 잡은 향(向)이 또 서운(？)하려니와, 하산길 점심자리에서 본, 너댓 살짜리 아이조차 간단히 뛰어넘을 실낱같은 계류의 국경 구실은 또 무엇이었던가. <젊은이들 최상의 데이트 코스 백두산> 아무려나 모처럼의 큰 합의가 일단 끝났다. 변수 많은 남북관계에서 혹 불거져 나올지 모를 이견도 백두산의 넓고 넓은 도량을 본받아 순조롭게 극복했으면 한다. 남쪽 당사자 한 분은 당일치기 전망까지 내놓았다. 아침에 서울을 출발하여 백두산 상상봉에서 점심을 먹고 저녁 참에 돌아온다는 구상이다. 비행기를 이용하면 버스로 오가는 금강산보다 빠르다는 전제를 두고 한 말이다. 누가 마다하리. 나 같은 노틀이 백두산에 녹아든 이런저런 역사와 신성성에 집착하는 사이, 젊은이들은 장차 최상의 데이트 코스로 백두산을 꼽지말란 법 없다. 비용은 좀 비싸게 먹히겠지만 말이다. 국내외 지구과학자들의 인공위성 탐사 결과, 백두산 중심부가 해마다 3㎜씩 솟아오르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신문은 전한다. 지하의 마그마 상승에 따른 현상이라는데, 이제는 백두산도 변화를 타는 셈인가. 글쓴이 / 최일남 · 소설가 · 前 동아일보 문화부장, 논설위원 · 민족문학작가회의 고문 · 작품: <흐르는 북> <서울사람들> <누님의 겨울> <석류> 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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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mh011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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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ongyeon |
| 저렇게 정확히 잘아는것을 보니 천재인가보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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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ylie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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